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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일상/우러난 생각

by 우러난 2020. 5. 1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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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만들어낸 또 다른 시국 때문에 길거리에 사람이 없다.

사실 건강한 20대, 30대는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 치사율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대다수는 신종플루때처럼 가볍게 앓고 말것이다. 다만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또 취약한 노인분들과 지병이 있으신 분들이 병에 걸리지 않도록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나는 며칠 전부터 계속 집에만 있다.
늘 가던 카페도 잠시 문을 닫았고, 항상 놀던 곳엔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사실 갈 곳이야 많다. 비교적 안전한 집 근처 카페를 가도 되고, 5분만 걸으면 코인노래방이 같이 있는 pc방도 있다. 그리고 아무리 코로나바이러스라도 책 사러 잠깐 나가는 것을 막기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나는 며칠 전부터 근처 슈퍼 식품들을 축내며, 계속 집에만 있다.

✒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산다.
내가 안나가는 건 조부모님을 위해서다.
며칠 전엔 잠깐 나갔다가 집이 아주 난리가 났더라지.
답답한 건 어쩔 수 없어도, 조부모님을 생각하면 나가지 않는 게 맞는 거 같다.

공부도, 글쓰기도, 친구를 만나는 것도 전부 밖에서 하던 놈이라 생활패턴이 망가졌다. 궁디 긁으며 책과 넷플릭스, 인스타그램을 전전하는 것이 요즘 내 일상이다. 그걸 일상이라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상황이 이러니 꼭 세기말 같다. '세기말'은 내가 좋아하는 표현으로, 작년부터 쭉 써왔다. 세기말, 디스토피아, 아포칼립스, 이런 단어들은 상황을 더 극적으로 만든다. 읽은 후 바로 따라붙게 되는 생각, '에이, 그 정도는 아니겠지' 이 생각이 바로 뽀인트다. 누군가는 이 생각에 이르면 피식, 웃고 말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혹시 모른다'는 생각이 이어져 심각해질 것이다. 단어 하나로 이런 영화같은 상상이 가능하다는 것이 참 재밌다. 키키. 걱정하지 마시라. 나는 이번 코로나 사태의 불안을 키울 생각은 없으니. 며칠이 되었건 몇달이 되었건 이 바이러스도 끝나게 되어있다. 백신이 개발될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감기처럼 앓다 지나갈 것이다. 인류가 지금껏 잘 해왔던 것처럼 이겨내고 말 것이다. 한낱 낙관주의자의 말이 아니라, 통계적인 자료로 보면 그렇다. 나름의 객관성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조금 쿨하게 굴어도 괜찮다. 그렇다고 안전불감증에 걸리지는 말고, 딱 지켜야 할 것만 지키자. 손 씻고 마스크하고.


✒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상황을 외면하고 무조건 좋은 쪽으로 기대를 하라는 게 아니다. 오히려 상황을 적극으로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웹과 배송 시스템이 굉장히 발달된 나라다. 방식은 살짝 달라지더라도 여전히 누릴 수 있는 것이 많다. 책은 주문하거나 e북으로 보면 되고, 친구 만나는 것이나 모임은 온라인으로 해결하면 되지. 나는 알아서 잘 적응했다. 3월이 시작되고 다시 글쓰기와 공부를 시작하고 있다. 코로나 덕에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는 재미를 다시 느낀다. 아직 방학이니 물생활과 디자인도 짬짬히 해볼 셈이다. 개강 후 대학 강의가 사이버강의로 바뀔 것 같기도 한데 그러면 내 생활패턴에 제약이 없어져서 좋다. 밤새 공부하거나 글을 써도 아무 문제가 없다. 통학시간이 없어져 하루 두세 시간이 는다. 덕분에 잠도 충분히 잘 수 있다. 또 중국발 미세먼지도 한결 덜하다. 우리가 맑은 공기를 마음껏 누릴 수 없는 것이 아쉽다만, 지구 입장에선 좋은 일이다.

👿 'ㅋㅋㅋ아니 뭐 아쉬운 거 하나 없는 사람이네'

나도 아쉬운 것 많다. 머리를 아직 자르지 않아 불편하다. 동아리 운영은 막막하다. 노래 부르는 낙이 없어졌다. 친구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나누는 대화가 그립다. 또 정말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무엇보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지 못한다는 것이 슬프다. 하지만 나는 불평하기보다 다른 재미있는 것들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던 것을 못하면 안 하던 것을 하면 된다. 정신없이 달려온 세월에 자신을 못 챙겼다면 이 기회에 다시금 나를 되돌아보는 것도 좋다. '위기危機'의 '위危'는 '위험'을, '기機'는 '기회'를 뜻한다. 위기에서 기회를 보아 발판으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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