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구년공팔월십사일, 나를 위해 끓여진 미역국을 앞에 두고, 맨날 똑같은 이야기만 하시던 할아버지께서 오늘은 그 옛날의 일들을 들려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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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하루 전 날 마을 이장님을 통해 미리 소식을 접하셨던 것, 가는 길에도 곱게 가지 못하고 죄 없는 한국인들을 기관총으로 난사하고 가 버린 일본군들,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부르던 한 할아버지의 잘려버린 목에서 솟구치던 피.
일본군 시체를 나무에 전시 해 놓았던 대구 사람들, 일본 여인을 통째로 가마솥에 삶아버렸던 일, 부산으로 모여서 떠나려던 군인들을 적극적으로 막던 우리나라 청년들.
할머니와 같은 학교에 다녀 어른들의 사정따위 알게 뭐냐는 듯 마냥 친구였던 부잣집 일본인 공장사장 딸.
참 다사다난했던 그 옛날의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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