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에 이끌려서 책을 고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쳇. 하지만 누구든 펼쳐 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솔직히. 아니라구? 아님 말고.
책 제목인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는 세 개의 장 중 두 번째 장의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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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장은 <가까워질수록 멀어지고 멀수록 가까워지는 사람들>
⠀저자의 과거사와 인간관계 이야기다. 어릴 때의 기억이 없는 나는 사실 어릴 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가님이 부러웠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전부터 다사다난한 사회를 겪고 안 좋게 말해 '휘둘리는' 건 대한민국 청년 공통인가 보다. 하긴 아무도 그런 걸 알려주질 않으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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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장,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이 장의 주제는 '사랑과 연애'다. 성인의 사랑이라 그런지 역시, 꽤 노골적인 언어로 묘사해 놓은 에세이도 있다. 나는 근데 솔직하다고 말할래. 아 그러면 또 '노골적'이라는 어감은 안 살아서 아쉽다. 아무튼 여자의 입장에서, 또 작가님만의 세상으로 연애와 섹스를 겪으며 느낀 점들을 담았다. 이렇게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거겠지. 나는 그렇게 작가님을 만나서 좋았다. 내가 절대 똑같이 겪을 수 없는 일을 겪어봐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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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장, <30 is not the new 20>
⠀30대가 되고 난 후 삶을 되돌아보며 적은 생각들. 지난 날의 상처가 아물고 좀 둔감해지셨길. 원래 있던 예측불허 천방지축의 재미는 좀 없을수도 있겠지만 둔감해진 후 세상엔 또 재밌는 게 눈에 보이더라구. 몰라. 내 경우엔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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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에세이는 다른 사람이 느낀 점을 읽기보단 그냥 직접 책을 보는 게 좋다.
🔖어른들은 아이란 체구만 작을 뿐 자신들처럼 오감과 이해력이 발달한 인간이라는 점을 늘 과소평가한다. 그래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거짓은 늘 성의 없고 어설프다.-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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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모나이트, 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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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너무 고통스러우면 몸을 아주 작게 웅크린다. 가장 안전하고 평화로웠던 자궁 속 태아처럼. 몸은 의식이 자리 잡기 훨씬 이전의 것들을 감각으로 기억하는지도 모르겠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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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지 않는 것과 아무런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의 차이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는다'는 것은 책임감이고
'그러니 난 아무 약속도 하지 않겠다'는 무책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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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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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 집 초인종을 누르면 삑삑 조약한 전자음이 울리는 대신 현관문 위에 달린 작은 알전구가 반짝였다. 그 등을 처음 보았 때 느꼈던 생경함과 지혜로움, 배려, 소리 없는 세상의 따스함 같은 것들이 불현듯 떠오르는 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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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nk text, drunk call 은 대부분 귀엽다. 물론 아닌 날도 있지만, 한 데 전화를 걸어온 사람들은 전날 나눈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러니까 취중은 그쪽, 진담은 내 몫. - p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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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면 인생은 지도를 따라 그대로 달리는 마라톤이라기보단 내가 달려온 길을 거꾸로 바라보며 기록하는 과정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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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선 길을 잃는 것이 좋다. 사실 아는 길도 없는 주제에 길을 잃는다는 말은 어폐가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밟아본 만큼 내 땅이 된다는 것이다. - p194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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