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에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느니 그 시간에 살아있어서 생기는 문제를 생각하는 것이 낫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와 먼 일이라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또 나와 먼 일이라 생각하다 보니, 더욱 더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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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결국 죽음은 다른 사람만의 일이 아니다. 나의 일이다. 책이 계속 강조하는 것은 이것이다. 인간은 언젠가 죽고, 나는 인간이다. 책은 나의 죽음을 서술한다. 불치병으로 병상에 누워 있는 것부터 해서, '마지막 순간'이라 부르는 순간까지, 그리고 그 후 시체의 변화와 주위 관련 사람들의 반응과 장례를 포함한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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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가는 사람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섣부른 배려보다는 당신에 대한 존중과 당신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는 겸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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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자연사라면 더욱 그렇다. 일련의 상실의 과정이다. 죽음은 순간의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그저 '죽으면 죽는거지'하고 치부할 문제는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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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죽음은 내 주위 사람들의 일이다. 그래서 죽음은 다시 나의 일이 된다. 평소에 타인을 배려하는 것을 중요시했다면,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며 죽는 것이 필요하다. 평소에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을 좋아했다면, 죽을 때도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면 좋을 것이다.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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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이라고? 어차피 죽고 나면 주위 사람들은 내 알 바 아닌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죽음을 준비하고 안 하고는 결국 선택이다. 그리고 나는 준비를 하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왠진 잘 모르겠다. 왜 내가 누릴 수 있을지 없을지조차 모르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려고 노력하는지 모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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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죽음이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 일이 다 그렇지 않은가. 내 의도대로 되는 것은 별로 없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대개 그렇듯이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유난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라 해서 억지로 무덤덤해지려 노력할 필요는 또 없다. 왜냐하면 고등생물이라면 누구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사람은 고등생물이기 때문이다. 그 두려움 역시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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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은 쉽지. 동물의 왕국을 보는 것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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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의 에티켓. 다 읽고 나니 정말 정직한 제목이다. 내 '마지막 인상'은 주위 사람들에게 즐거웠으면 싶다. 그것이 나의 에티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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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것은 '나'다. 죽음에 대해 죽은 뒤는 모르겠고, 살면서 생각해야 할 것은 그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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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이제 다시 삶의 문제를 생각할 시간이다. 잠을 언제 잘 지,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무엇을 할지, 무엇을 먹을지, 무슨 책을 읽을지 따위를 생각할 시간이다. 이런, 생각할 거리가 하나 늘었다. '내가 누구인지' 말이다.
죽음의 에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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