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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환영들』 제인 정 트렌카 독후감, 책 소개 및 추천

우러난의 서재/그 외 책 리뷰·서평

by 우러난 2020. 4. 8.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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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님은, 해외입양인이다. 폭력적인 아버지를 피해 태어나자마자 미국으로 '수출'되었다. '수출'이라는 표현을 쓴 건, 미국에서 입양될 때 미국인 아이와 아시아 아이의 가격이 다르고, 작가님의 탄생이 조작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자신을 무언가 부족한 사람처럼 대하는 사람들에게 상처 받고, 결혼에 실패하고, 한국으로 왔지만, 한국에서 겪은 것은 '차별 아닌 차별'들. 끊임없이 서로를 비교하고 판단하는 한국 문화에 나름 적응하려 노력하는 작가님. 하지만,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한국인들에게 상처를 받는다.

🔖우리는 (바로 우리의 입양이 증명하는 대로) 약한 사람들에게 몰인정하고 차이를 보면 가만두는 법이 없으며 아웃사이더에게 적대적인 사회에서 살아나가는 법을 배운다. - p236

🔖다이엔은 「덧없는 환영들」을 연주할 때 만들어내야 하는 움직임을, 숨 쉬는 법에서 손끝의 도톰한 부위 쓰는 법, 어깨뼈 움직이는 법까지 하나하나 다 안무했다. 어떻게 보면 그건 번호대로 따라 색칠하는 그림 퍼즐이었다. 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그것은 자유로워지는 법을 배우는 수업이었다.
「덧없는 환영들」의 스무 곡을 전부 완성했을 때 비로소 나는 피아노 치는 법을 알게 되었다. - p36

✒ 비록 피아노에 한정되었지만, 어린 시절에 '남들과 다름'을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하고 받아들여, 자유로워지는 작가님의 모습. 한국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피아노와 달리 사회와 문화는 복잡하고 가르쳐주는 선생님 같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작가님의 표현력에 감탄에, 또 감탄을 했다.

🔖……입양되고 대용된 나의 삶, 음악과 함께한 뿌듯한 시간, 그리고 두려움이라는 이 짙은 흉터는 마치 매듭과 보석, 비단 술로 한복(hanbok)을 장식하는 정교한 노리개(norigae)처럼 하나로 땋여 있다. - p25

✒ 고유어 옆 괄호 안에 영어로 써 있는 발음 표기는
그녀의 감상을 한 층 더 올리며 (그녀에게 익숙하게 함으로써)
우리의 감상을 한 층 더 올린다 (우리에게 낯설게 함으로써)

🔖한국인은 '다문화주의'라는 이름으로 입양인을 외국인 신부, 이주노동자와 뭉뚱그리는데, 한국에서 다문화주의란 최대한 모두가 겉으로는 한국인이 되도록 권장하는 것을 의미하는 듯하다. ...
내가 보기에 이런 건 다문화주의의 정반대라고밖에 할 수 없다. 하지만 나처럼 원어민 영어 구사자로 고용된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도 떨칠 수가 없다. 이는 우리가 많이들 가지고 다니는 관광객용 안내서 『론리 플래닛』과 『이주노동자를 위한 한국어』 같은 책에 들어 있는 '유용한 표현'이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에서 잘 알 수 있다.

밀린 임금은 언제 주실 겁니까?
Millin imgeum-eun eonje jusilgeomnikka?
When will you pay my back wages?

- p145

🔖인제대에서 우리를 가르치던 한 교수는 한국이 ‘예의의 나라’라고 설명한다. 연장자나 처음 만난 사람을 대하는 어법과 어휘가 정해져 있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하지만 서양의 ‘예의’ 관념에 비추어보면 한국인은, 뭐랄까,
직선적인 사람들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사람 면전에서 할 말 다 한다는 뜻이다.
-애기 같네. 아는 게 하나도 없어!
-많이 좀 먹어! 그렇게 물만 마시지 말고!
-경아야, 얼굴이 퉁퉁해졌다.
-기미가 너무 많아. 어서 피부과 가봐. - p216

✒우리에게 낯선, 새로운 세계를 알려주는 소설이나 에세이는 많다. 하지만, 『덧없는 환영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한국 사회를 낯설게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도록, 다시 한 번 고민하고 성찰하도록 만드는 책이다.


...에서 끝나면 안되지.

차이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사회, 문화
나는 이 문화에 대한 성찰과 책임소재보다 앞으로의 일에 더 관심이 많다. 내가, 한국인으로서,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의 문화가 가장 크게 드러나고, 반대로 가장 크게 영향을 주기도 하는 것이 언어라고 생각한다. 어휘부터 시작해서, 우리의 언어습관을 되돌아보고, 고칠 점을 찾아서 고치자. 그렇게 조금이라도 깨달은 사람이 앞장서서 우리의 문화를 조금씩 바꾸자.

 

덧없는 환영들

 

nef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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