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
때때로 삶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나를 놀래킨다. 영화인지 동화인지 헷갈릴 정도로. ⠀좋아하는 카페의 문이 열려있다. 들어가려는 찰나, 저번 달 집 앞에서 마주쳤던 커다란 검은물잠자리 한 마리가 먼저 들어가, 따라오라고 한다. ⠀ 문 뒤에 숨어있다가 놀래키는 흔한 장난에는 놀라지 않던 나도, 동화의 흔한 장면에는 그렇게 놀랄 수가 없다. '작위'가 아니라서일까. 어느 새 카페는 동화 속 그토록 아름답던 세계이고, 나는 그 주인공이다. 어여쁜 검은색의 날개와 반짝이는 몸을 한 참 좇아 온 카페를 탐방한다. ⠀ ⠀ ⠀아참, 주문을 해야지. ⠀ ⠀ 주문을 한 뒤 우리의 검은 요정을 찾아 본다. 그렇게 나를 안내해 놓더니, 유유히 다른 문으로 나가는구나.
일상/우러난 모먼트
2020. 3. 29. 22:35